사람들은 묻는다. 왜 SNS를 안 하냐고. 요즘 안 하는 사람 없다고.
크게 네 가지 변명이 있다. 부지런하지 못하며, 재밌는 사람이 아니고, 드러내기를 주저하며, 무엇보다 일상이 매우 단조롭다. 나라고 생각 안 해봤겠는가ㅎㅎ
인스타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 페이스북과 연동해서 계정이 하나 생겼다. 페이스북 시절에 친구였던 친구들이 자동으로 인스타그램의 친구들이다. 간혹가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스타에 들어가보면 본의아니게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소식이 피드에 뜬다. 반가워서 댓글을 남기면 친구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심지어 나인줄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뒷북이 심해서 친구들은 나를 연어라 부르기도, 자기회사 와이파이보다 느리다고 놀리기도 한다.
종종 여행을 가거나, 좋은 물건을 구매하면 번뜩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간 너무 사치스럽게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실행에 옮겨본적은 없다. 스스로가 가식적으로 느껴져 내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자기혐오에는 약도 없다.
이따금 '친구들은 이유가 어떠하든 간에 자신의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데 넌 뭐야! SNS안 할거면 카톡이라도 자주 하던가! 너 인생 혼자사냐!' 이런 생각들이 들곤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하는 대화패턴은 이러하다.
나: 인스타로 잘 보고 있어. 잘 지내지?
친구: 넌 연락도 안 하고 인스타도 안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야! 난 00통해서 너 소식 종종 듣고 있었어. 연락좀 하고 살자.
이럴때면 미안한 마음에 불특정 다수에게 근황을 전할 수 있는 인스타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무엇보다 귀찮아서 이내 단념하고 만다. 문뜩 생각나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낼까 싶다가도 뜬금없다는 생각에 다시 폰을 내려놓는다. 생일이거나 용무가 없으면 연락을 안 하게 되는 나, 참 별로다. 혹여 내 지인들이 이 글을 본다면 미안하다는 말 꼭 전하고싶다.
긴 글을 쓸 수 있으면서도 익명성에 기댈 수 있는 티스토리 좋다. 이 기회에 카카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이 공간이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이용될까 두렵지만 혹여 그렇게 된다면 분리수거 잘 해서 야무지게 재활용해야지. 그리고 먼~~~~먼 훗날 이 블로그가 오픈된다면 얘는 이런 생각 하며 사는구나 해주면 좋겠다.(이 글 볼 가능성 제로인 게 함정)
오늘의 결론!!
난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아,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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