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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인간생활/일기

아직은 결혼하기 싫은데요..

by 살자!!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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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따로 없네..💚

아직 내가 생각하기에 때가 아닌데.. 사회적인 나이는 결혼 적령기로 들어왔고..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구남친이 결혼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 안 한 다는 사람이 제일 먼저 간다는 농담을 하곤 했는데.. 이젠 쏙 들어갔다.

요즘은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부모님이 결혼식에 가시면 식사는 안 하시고 답례품을 받아오신다. 그러면 엄마 아빠는 나 결혼시킬 때는 뭐로 하는 게 좋냐며 중얼중얼 거린다. 나 결혼 안 할지도 모르는데 불필요한 대화라며 핀잔을 주면 엄마는 "만약 한다면 말이야. 이왕 할 거면 좋은 걸 하자는 거지." 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면서, 그런 순간마다 부담된다.

전에 부모님께도 소개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결혼고비(?)를 한 번 지나고 나니 결혼에 대해서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고, 솔직히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안 든다. 어차피 부족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인내심을 발휘하며 살아가야 할 텐데..
예전에는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결심이 쉽게 서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람에게 비교적 마음도 쉽게 주고 상처도 받곤 했는데, 이젠 마음이 쉽게 가지 않는다. 입버릇처럼 내 모든 걸 줘도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겠노라 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어른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마이웨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너무 괴롭다. 나중에 나이 들면 후회한다고, 좋은 남자들은 다 채가서 쭉정이들 밖에 안 남는다고 반 협박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 그들만의 리그가 있을 테고, 없으면 혼자 살면 되고.. 빈티지 옷 사듯이 잘 찾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거만한 생각도 해본다.

우리 부모님은 누가 봐도 잉꼬부부다. 하지만 두 분이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로 배려하려다 다투고, 서로 배려하려다 서운해하고 늘 이런 식이다. 두 분이 살아가는 걸 보면서 내 그릇은 간장 종지라 미우나 고우나 한 이불 덮고 자는 거 어려울 것 같아서, 괜히 귀한 남의 집 아들 데려다가 고생시킬까 봐 걱정된다. 희생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생각 많으면 결혼 못 하는 거 같다.

일생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파트너. 내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결정해서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한다. 엄마는 결혼 전에는 두 눈 크게 뜨고 살피고 결혼하면 눈 질끈 감아야 한다고 그러는데.. 보통 반대의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콩깍지가 씌어서 두 눈 가늘게 뜨고 결혼하면 오히려 촉이 곤두서는 듯하다.

솔직히 다 핑계고.. 재수 없을까 봐 내뱉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너무 아깝다ㅎㅎㅎㅎ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느낌과는 다른 차원이다. 나이 들수록 눈이 높아진다고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나에겐 남편이 필요하다기보단 마음 맞는 룸메이트가 더 필요한 듯하다. 아무쪼록 내년이면 계란 한 판인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많아!! 주식처럼 길게 보고 할 수는 없는 거냐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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