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무서움
내 인생에 마약과 관련한 사건이 두 번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옆 아파트에 살던 같은 학교 학생이 한밤중에 마약으로 하늘로 돌아갔고, 여행 중 클럽에 놀러 갔던 친구가 본의 아니게 마약을 하고 돌아와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교회에 가면 사람들이 마약 중독이었던 과거를 고백하고 서로 위로하는 광경들을 몇 번 보고 나니 마약이 구체적으로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무서웠다.
과거 한국을 마약청정국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다 옛말인 것 같다. 유명인들이 마약에 연루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마약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과거 호기심에 drug addict에 대해 공부했었는데, 인류가 살아가는 한 참 해결하기 어렵겠다 싶으면서 마약이라는 화학품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인간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괴감까지 들곤 한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서 내 짧은 지식으로 마약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지, 이런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나눠보고 싶다.
중독의 비즈니스
마약산업을 이루는 것은 중독과 가난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마약의 근절을 어렵게 하고 마약시장이 점점 커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약산업은 중독을 이용한 산업이고, 그것에 잃을 것이 없는 가난한 자들을 이용한다. 카르텔의 간부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살기도 하지만 그들은 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그들의 자녀들이 가난을 되물림받아 다시 그 산업에 종사하게 된다. 솔직히 산업이라고 하기도 싫지만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산업'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있지만 supply chain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다.
마약에 한 번 빠지면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마약 중독을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도 한다. 마약산업종사자들의 비율이 많은 곳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빈부격차가 큰 국가들이다.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 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가까이로는 필리핀, 러시아, 북한 정도 있겠다. 이들의 주 수입원이 마약의 생산과 유통이고, 세계 모든 곳에서 항상 수요가 있기 때문에 망할 일이 없다. 요즘은 신종마약이라 해서 불순물들을 섞어서 팔기도 하던데.. 점점 사람들의 위험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10년쯤 전의 마약은 마치 다단계처럼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신뢰를 쌓으면 보스로 올라가고, 반대 카르텔을 제거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이런 식이 었다. 마약의 종류도 나름(?) 심플했다. 근데 요즘은 텔레그램이나 가상화폐 등으로 점조직화 되어가고, 각종 성분을 섞어서 이름도 이상한 것 같다. 불순물들이 많이 들어갈수록 생명에 치명적인데.. 판매자들은 알고나 파는 건지!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미흡한 한국의 치료 시스템
이번 방송을 보면서 한국에 마약에 대한 처벌, 사후 관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되었다. 오히려 감옥에서 마약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하니.. 유치장 안 상황은 안 봐도 비디오다. 미국의 경우에는 처벌보다는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국의 경우에는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21세기에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마약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늦었고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고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 일단 법조계 종사자들이 의학계와 민간단체와 협력해서 머리를 싸매 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텐데.. 똑똑하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드리는 말씀
주제넘지만 방송에 출연하신 분들, 또 현재 마약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 마약의 유혹에 가까이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방송 중에 "약하다 죽고싶다"는 분을 봤는데.. 마음이 찢어진다. 본인은 더 괴롭고, 가끔은 극복이 가능할지 의심이 드시겠지만 다 지나간다. 사람 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 여러분들은 마음먹은 그 자체로 절반 이상 하신 거다. 감명 깊게 본 영상이 있는데 영어로 되어있긴 한데.. 자동생성자막이 틀릴 때도 있지만 정확도가 높으니 천천히 한번은 꼭 보셨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1fBTTkwb2CU
유혹을 멀리하는 것이 유혹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말이 있다. 유혹에 자신을 노출하면서 극복하겠다는 것은 본인을 괴롭히는 것 밖에는 안된다. 저는 나약한 사람이라 수험생 시절에는 결국 핸드폰을 없애야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술자리에 아예 가지 않았던 시절도 있다. 부끄럽지만 유혹을 피해다닌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결국엔 그 생활에 적응이 되고 몇가지는 좋은 습관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자만하고 교만해져 있을 때 실패가 짝궁처럼 따라왔던 것 같다. 늘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적어도 위험한 상황에 본인을 던지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마약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무엇보다 본인 자신을 다치게 하는 행동임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사람들이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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