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 환승 연애 때문에 티빙 결제하고, 네이버 플러스 가입하고 그러던데.. 제목만 봐도 PTSD 올 것 같아서 못 보겠다.
정말 잘 못 한 일이지만, 전 애인과 정리가 안 끝난 상태의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알았으면 그 때라도 그만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도덕이고 뭐고 그저 나를 위해서 그만 했을 거다. 사랑이 뭔지 알기 전부터 환승 이별은 바람이다, 이별 중 최악은 환승 이별이다 이런 말을 했더랬다.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모르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란 사람 참 위선 덩어리다.
그렇게 남의 남자를 뺏어왔고 그때부터 나의 불행은 시작됐다. 스스로 자초한 불행이었다. 매사 불신이 가득했고,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고, 결과적으로 많이 울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다. 내가 전 애인처럼 환승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고나서 보니 그 남자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별을 말할 수 없어 나에게 이별을 고하게끔 했다. 숨이 넘어가도록 울지만, 이젠 안다. 그 사람의 루틴 중 하나라는 것을. 그 눈물은 별 의미가 없다. 더 이상 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슬픈 거다. 그동안 수많은 눈물에 혼자 의미 부여하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별 후 그 사람이 나를 만나면서 다른 이성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슬픈 사실은 팩트체크를 하지 못했을 뿐 속으론 다 알고 있었다.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와 내가 저울질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존심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탓인지 언젠가부터는 그 사람의 집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 사람은 왜 안 오냐고 투정도 부렸지만, 내가 예민하고 촉이 발달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혹시나 그곳에 가서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게 될까 봐 갖은 핑계를 대며 안 갔다. 어떠한 형태로든 이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불교신자인 우리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까르마에 대해 얘기하셨고, 기독교 신자인 우리 어머니는 죄를 지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인생은 내가 행동한 대로 그대로 돌아온다는 말을 신념처럼 믿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 행동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겠지? 벌을 받겠지?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나는 내내,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도 새로운 연애가 잘 되지 않으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만난 무당이 나더러 "언니는 이미 벌 받았어. 그 남자랑 오래 연애한 게 벌이야." 머리가 띵했다. 하긴 꽃 같은 20대의 절반을 그 남자 곁에 있었으니.. 그 보다 더한 벌이 어디 있겠는가. 벌을 받았다는 말에 후회해보지 않은 그 시간들이 후회가 됐다.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며 온갖 자기 합리화하며 묻어두었던 후회라는 감정. 그때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왜 몰랐을까. 후회한들 어쩌겠는가. 되돌릴 수 없는데.
이 글이 지금 이별로 마음 아파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당장 벌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벌을 받을 것이다. 그대로 돌려받는다. 아니 더 한 고통으로 돌려받는다. 조물주가 이 세상을 만드실 때 나쁜 사람이 행복하게 살도록 설계하진 않으신 것 같다.
현재까지 몸소 체험 중인 진실 두 가지.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과 남의 눈에 눈물 내면 내 눈에 피눈물 난다는 거. 인간인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그 시기와 방법은 알 수 없지만. 혹시 지금 울고 있다면 그만 울어요. 그대들은 모두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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