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다음 남자친구는 힘들겠다. 애가 점점 의심만 많아져."
연애가 끝날 때마다 오랜 지인이 늘 했던 말이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의 연애는 없노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다. 나는 그때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29.5살이 되어서야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았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타인과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님을, 이성과의 사랑을 나 자신과의 사랑으로 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대방에게 주던 에너지를 나에게 쏟으니 일도 잘 되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더 나은 인간이 된 듯하다. 예전에 습관적으로 많이 했던 말인데 이젠 이 말이 무섭다. 그래서 옷깃이 스치지 않기 위해서 이성과의 만남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오늘 만나는 사람 있냐는 질문에 연애 안 한 지 반 년이 넘어간다고 했다. 일상이 정신없어 '연애'라는 단어를 들어본 지도 아득했다. 지금 싱글인 상태가 너무 좋다고, 일도 더 잘 되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비혼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100프로 진심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왜 이렇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 너무 많이 변한 거 아닌가?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데....ㅎㅎㅎ
20대, 무언가에 몰입해서 결과를 내야하는 시기에 나는 그렇지 못했다. 주변이 너무 어지러웠고 우유부단했다. 인간관계도 복잡하고, 감당 못할 일을 벌려두고..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 했다. 남들은 20대 초반 그러고 만다는데, 나는 20대 내내 부표 없는 항해를 떠도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수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연애라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정이 많고 감성적인 나란아이. 연애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었고, 일을 함에는 백해무익하다. 뭐이렇게 서운하고 속상한 것 투성이었는지. 지금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 네 맘이 내 맘같지 않다는 거, 이 사람이랑 헤어져도 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지금 그만 둬야 한다는 거 너무 잘 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5년 전에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ㅎㅎ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너 그다지 후회하지도 않잖아ㅎㅎㅎ 아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서 모든 일을 빠르게 감기하면 좋겠다. 이거 후회하는거 맞지?ㅎㅎㅎ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연애를 통해서 사람을 배웠고, 덤으로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딱 그거만 가지고 가자. 케케묵은 추억은 미화되기 전에 다시 저 밑으로 저장. 여기서 더 길어지면 진짜 라떼인간 되는 거야. 추억도 휴지통에 넣어서 delete 되면 얼마나 좋아. 이런 쓸데 없는 감성 글 안 써도 되고.
잠 못 드는 금요일 새벽, 내일 이불킥 할 예정인 침대 위에서. 주정뱅이 한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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